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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贖罪 Atonement) - 표상(表象)과 상징(象徵)

에덴(Eden)이 있었다.
영혼의 본향(本鄕)이다. 빛의 세계이다.
그곳에는 지순한 사랑의 율법, 곧 영속의 생명이 있었다.
신인일체(神人一體)의 조화와 기쁨의 원천…
하늘의 지혜가 공유되며 지력이 무한히 증대되는 곳, 소망이 현실이 되고 고상한 포부가 성취되며 가장 높은 꿈도 실현되는 곳이었다.
흐려지지 않은 시력은 창조주(創造主)의 영광을 식별할 수 있었다.

죄가 낙원(樂園)을 앗아갔다.   
죄는 분리이다. 영원한 생명과의 단절이다.
천상에 이르는 길은 막혔고, 닫힌 지력(智力)은 진리의 문에 도달할 수가 없이 되었다.
상실과 허무, 절망과 후회, 오해와 왜곡, 파괴와 재난들 그리고 죄책감… 어두움과 두려움이 온 땅에 임하였다.
피조물(被造物)의 탄식은 오실 자를 기다리는 목마름이다.
인류를 새 생명으로 묶어 줄 겹줄, 이 사랑의 끈은 다시 이어져야만 한다.
끊긴 관계를 회복시킬 대속자(代贖者)가 오셔야만 했다.
에덴에서 ‘여자의 후손’을 언약하신 그 분은, 옛적부터 여러 방법과 여러 모양으로 계시(啓示)해 오셨다.
떨기나무의 불꽃, 장대 위에 높이 달린 놋 뱀, 죽임당한 어린양, 마른 땅에 돋은 연한 순… 그분의 표상들이다. 방주(方舟), 성소의 등불, 하늘과 연결된 사다리… 모두 그분에 대한 예표요 그림자였다. 십자가, 포도나무, 비둘기, 물고기 그리고 홍, 청, 백과 금색들은 메시야의 상징들이다. 
 
기약이 이르렀다.
자존자(自存者)가 우리 곁에 오셨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임하셨다.
신(神)의 어린양이 죄 자체가 되어 속죄제(贖罪祭)의 피로 뿌려졌다.
표상이 드디어 그 실체를 만났다.
구속(救贖)의 예표와 상징은 이로서 온전히 성취되었다.
구원(救援)은 회복이다.
에덴으로의 회귀이다.
영원을 사모하는 본성의 충만한 채워짐이다.

이 구원이 만져지고 보이기를 소망한다.
고택(古宅)의 잔해에서 결 깊은 노송(老松)을 얻었다. 먹(墨)을 입히고, 기름을 발랐다. 광택은 없다. 때로 검은 한지(韓紙)에 여린 색 한 가닥이 흐르거나, 놋쇠 주물의 상징적 형상이 표현의 전부이다. 작위적 손질이나 인위적 꾸밈은 아예 멀리 비켜가고 싶은 것들이었다.
오직 구세주(救世主)의 형상만이 좌정하기를 희구한다. 

 고태영(高泰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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