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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S - 갤러리 빔의 다양한 전시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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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 전윤조 展 (2012.12.13 - 12.20) 2012-12-13~2012-12-20

Artist's Statement

전윤조

작업은 청력 손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심리적인 경험을 드러낸다.
나는 세상이 만들어내는 소리들, 사람들의 목소리들과 발음들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 모든 소리들이 서로 다른 소리들임에 불구하고 보청기는 이들을 같은 음량으로,
귀가 울릴 정도로 크게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체적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기 힘들다.
주변으로부터 고립된 듯한 느낌을 자주 갖는데 그 정신적 경험은 내 작업에서
계속해 다루는 주제 전반에 내재하는 근본이다.

작업의 주재료는 면사 중에서 가장 가는 0.1mm의 실이다.
이 재료의 가장 큰 매력은 가늘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은근히 드러내 보이는 물성이다.
전혀 염색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면사의 색감은 내게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듯한
이중적인 느낌을 준다. (최근에는 검정색 - 무채색으로 염색해서 흰 면사와 병행해서
작업하는 중이다.) 처음 이 재료를 발견하고 쓰기 시작한 2003년도부터 이것을 선택된
공간-작게는 물건, 크게는 건축적 공간-이나 만들어진 공간 안에서 반복적으로
가로지르거나, 말아서 감싸거나, 부착하거나 혹은 쌓기도 했는데 2008년도쯤부터
주로 인체를 선으로 묘사하듯 인체의 형태들을 만들어오고 있다.

이 재료는 가늘고 약하면서도 길이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반복적인
노동이 요구된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어릴 때부터 받아온 언어훈련 -말문을 트이기 위해 수없이
반복하고 고쳤던 훈련과정과 방법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다.
(한 예로 ‘사과’의 발음을 이해하고 외우기 위해서는 최소 800번을 긴 시간에 걸쳐
반복해야 한다.)

정상적인 몸과 비정상적인 몸을 함께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이러한 시도는 정상인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동시에 느껴왔던
개인적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력손실은 다른 신체장애와 달리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이기 때문에,
말문을 열거나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은 나를 평범하게(이른바 정상인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부정확한 나의 발음과 청력의 문제를 알게 될 때 그들의 눈빛과 표정은
미묘하게 변화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경험들은 내가 장애인인가 혹은 비장애인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자기 정체성 확립에 적지 않은 혼란을 끼쳐왔고 지금도 그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함을
느끼는 중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업은 나의 내적인, 신체적인 경험의 서술일 수도 있고,
또는 정신적 불안감에서 바라본‘나는 무엇인가’라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전 작업은-‘비정상’의 범주를 현실적인 범위에서 이를테면 실제 장애인에 가깝게
한쪽 팔,다리만 있는 식의 인형을 여러 개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면,
최근 작업은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간에 실 특유의 엉키는 이미지나 공간을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존재감과 같은 물질성을 일종의 심리적‘은유’ 로
바라보려고 하면서, ‘비정상’의 범주를 제한하지 않고 손 하나, 발 하나, 다리
하나던 간에 자유롭게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나의 작품은 신체적 결함으로 인한 심리적 고립과 소통의 제한으로 인한
심리적 한계에 대한 경험의 한 순간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작업은 마음에 남겨진 상처들을 다시 열어보는 동시에
조금씩 계속해서 치료하는 과정 그 자체이기도 하다.
또한 작품을 전시한다는 건 스스로의 숨겨진 심리를 열어 보이는 것이고
그 순간으로 관객을 초대하면서 그들 역시 겪었을 지도 모를 동류의 느낌과
일종의 공감을 시도하는 셈이다.

“가능한 한 손으로, 시적으로, 그리고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Up 1031 A time to heal 展 - 전시 전경 I 2012.12.22
Down 1028 木人 展 - 전시전경 II 201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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