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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美食)



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Brillat-Savarin

                                     


요즘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미식도 예외는 아니어서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기에 기꺼이 발품을 판다. TV에서 방영하는 음식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군침을 흘리며 비슷한 집에라도 찾아가고, 거의 모든 신문과 잡지에는 맛 집 소개 코너가 있다. 이렇듯 미식은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현상임에도 “맛있다”는 구호 외에 풍성한 맛과 향이 넘치는 깊이 있는 논의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먹는다는 것은 입맛을 만족시키고 배를 불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는 인간의 역사가 끊임없이 창조하고 개발해 온 수십만 가지 요리들의 목록을 설명할 길이 없어진다. 음식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양식이라는 개념을 벗어날 때 ‘미식의 욕망’은 인간의 또 다른 본능이 되어 우리를 유혹한다.

‘미식’이란, 맛에 대한 인간의 생체적 반응이라기보다는 사회, 문화, 예술이 주는 모든 기쁨을 농축해 놓은 것이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미식(美食) " 展은 21세기 현대인들을 지배하는 매우 독특한 여러 식사 문화와 식생활 관념을 재고해 보고 참신하고 비평적인 통찰력을 제시하는 현대 미술 작가들의 최근작들을 선보이고자 한다.

전시 개념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음식 food과 미술 art는 적지 않은 연관을 맺어 왔다. 음식이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사회적 심벌 역할을 했던 선사 시대와 고대 시대에 미술가들은 갖가지 음식거리의 이미지를 묘사하여 종교적 숭배나 과시용 장식 용도를 미술 작품으로  창조했다. 유럽의 경우, 인본주의적인 사상이 주도했던 르네상스 시대와 가톨릭 교권이 지배했던 바로크 시대에는 인간의 고결한 정신성과 두터운 신앙심에 못지않게 육체적인 기쁨과 만족을 중요하게 여겼던 이유로 해서 인간의 육체를 통해 경험되는 즐거움의 추구가 시대정신의 일부를 차지했다. 예컨대, 르네상스 미술에서 즐겨 등장하는 '인생의 환희 joie de vivre'의 관념은 사랑love과 음식이 가득한 연회 party 주제를 통해서 즐겨 표현되었다. 그런가 하면 바로크 미술의 꿈틀대듯 생동감 있고 드라마틱한 근육질 미학은  음식은 7대 원죄(그 중 하나는 과식)와 탐스러운 음식거리 사이, 금지된 쾌락과 감각적 쾌락의 유혹 사이를 오가는 인간의 허영과 유혹에 대한 나약함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주제로 즐겨 묘사되었다.

20세기 근대기, 프랑스에서는 피카소, 마티스, 샤갈 등은 싸고 맛있는 단골 레스토랑에서 서로 만나 창조 에너지를 꽃 피웠고, 20세기 후반기 현대 미술가들은 레스토랑에서 먹고 마시는 일 외에도 생계를 꾸리며 그림 그리는 일을 할 정도로 음식과 미술은 삶과 예술 그 자체였다. 미술가와 음식과의 관계는 최근 현대 미술계에서도 지속적인 연관을 갖고 전개되고 있는데, 예컨대 YBA의 데미안 허스트는 도살된 가축이나 약국 등 음식과 연관된 소재들을 미술 작품으로 연관시켜 왔으며 2004년에는 쿼바디스라는 레스토랑을 개업하여 요식업자로서도 데뷔한 바 있다.

 현대 작가들은 어떤 음식에 대한 철학을 지니고 있으며 현대 우리의 식생활과 식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인간의 육체에 이로운 음식과 요리 만큼 마음의 양식을  안겨 줄 수 있는 좋은 미술 작품을 음식을 통해서 재고해 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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