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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흙으로 빚어 만든 도자기의 기(器)들은
그 속에 빈공간이 있기에
우리에게 채울 기회를 준다.
어떤 이는 그 용기 자체를 그저 본디 그 쓰임대로 담고
어떤 이는 그 속에 삶을 담고
어떤 이는 자기 자신을 담고 느낀다.

흙을 빚어서 만든 도자기의 기(器)들은 원통형으로 시작하여 배 부분과 전 부분의 조임과 늘림으로 기(器)의 형태가 변해간다. 또한 형태는 내가 의도한대로 정확하게 만들어 가는 경우와 흙을 만지는 손놀림 그리고 느낌에 따라 그때그때 바뀌면서 자연스러운 조화를 찾기도 한다.
흙이 내 손과 접촉하면서 오는 교감은 다양한 형태와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 이미지들은 기물 위에서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배치되고 채워지면서 형태와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내 작업은 완성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자작업의 외형적 부피감은 내부의 비워져있음을 역설하며  내가 아닌 다른 이에 의해 채워지길 기다린다.
어떤 이는 .......그 비워짐을 쓰임새대로 채워가며 쓸 것이고 어떤 이는 자신의 삶을 담아낼 것이며 또 어떤 이는 그 비워짐 그 자체를 보고 즐길 것이다. (-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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