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biim

전 시 명 : S.N. 20031017 on & biim Fotografie
작 가 명 : 次順 chasoon exhibition
전시기간 : 2005. 03. 02. – 16.
전 시 장 : 갤러리 빔 (서울 종로구 화동 39, 02-723-8574, www.biim.net)
전시내용 : 사진

“실재는 본질적으로 시간의 움직임인 흐름(Flux)으로 구성된다”라는 앙리 베르그송Henri-Louis Bergson의 실재관은 이후 많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 “시간의 본질은 흘러가는데 있다. 내가 ‘나의 현재’라고 부르는 것은 한 발은 과거에 다른 한 발은 미래에 걸쳐 놓은 것이다”라는 그의 시공간 내 존재에 대한 이해에 영향 받아 사진으로 드러낼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의 시공간에 대하여 비교해 보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주를 이루는 biim Fotografie라면, 이에 더하여 ‘사진하는 것’에 대한 자못 진지한 텍스트들을 작업의 메인으로 그리고 그 텍스트에 대한 부수적 제목을 사진으로 자리매김하여 놓은 부분이 on Fotografie이다.

    이번 전시의 주를 이루는 biim Fotografie에서 biim은 비어있음 이라는 의미의 갤러리 이름에서 착안한 것이다. 사진 촬영에 있어 매체의 원형을 이루는 핀홀 카메라를 사용하여 특정 대상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 바늘구멍상자를 흔들며 어떠한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가시 세계를 향하여 장 노출 개방함으로 공간 안의 시간의 흐름을, 그 사이사이 존재를 담아본다는 의도인데, 이는 핀홀 카메라 메카니즘의 속성상 뚜렷하고 선명한 상像을 남기기 보다 카메라에 들고 난 시공간 소거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담아낼 수록 비워지는 역설, 빛의 속성에 기댄 핀홀 카메라의 역학을 -사실 한 장의 선명한 상像을 얻기 위한 니엡스Joseph-Nicephore Niepce의 노력을 생각한다면 감히 불손한- 이용한 이미지를 배경으로 이와는 대조적인 가장 현대적이고 모던한 기술을 사용하여 얻어낸 즉물적이고 선명한 상을 모자이크 형식으로 배치시키고 있는데, 이것은 대상의 시공간 안에서 찰나적으로 파악되는 사진적 실재와 앙리 베르그송이 이야기 하는 ‘시간의 움직임인 흐름’을 염두에 두고 장시간 담아내며 동시에 비워내는 또 다른 방식의 사진적 실재를 비교하여 이를 통해 드러내 보는 다시 말해 사진함으로 파악되는 실재에 대한 성찰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사진하는 것을 가시적 세계를 파악하는 일종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이 biim Fotografie의 주된 의도인 것이다.
    on Fotografie는 사진에 대한 혹은 사진하는 것에 대한 텍스트를 작업으로 진열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사진들의 혹은 미술작업들의 제목이 언어로 쓰여지는 것에 반해 여기서는 작업으로서의 텍스트들에 대한 제목을 사진으로 대치시키고 있다. on Fotografie에서는 사진에 대한 언어적인 감상이나 정의 또는 해석이 반드시 절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그 어떤 이미지로도 대치 불가능한 만감을 안고 있다고 보고 그 자체 하나의 ‘사진’작업으로 간주하며 동시에 늘 부수적이나 그곳에 함께함으로 작품을 보다 완전하게 채워주는 제목의 역할을 -일반적으로 언어가 수행하는- 사진에 넘김으로써 흔히 함께 하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재미를 달리 느껴 보도록 하였다.

    S.N. 20031017 on & biim Fotografie는 사진에 대하여 의문하고 사유하는 자체를 사진작업으로 생각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가시적 세계 내 대상이나 그것과의 관계에 대하여 고려하지 않는 사진찍기는 맹목이고, 단순히 그 너머의 관계만을 쫓는 상상은 공허하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카메라의 목적이 되는 외적 혹은 내적 대상과 그들의 관계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그 방법에 있어 굳이 대단히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사유체계가 아니더라도, 그것이 곧 사진하기에 있어 하나의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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