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biim

정차순 作, gallery biim.


사랑
‘사랑이 밥 먹여주느냐…’는 어르신들의 말씀. 지난 겨울 팔리고 팔리다 남은 그래서 가격이 반값으로 내려간 동백나무를 진정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키워보려고 샀다. 아침 저녁으로 간절한 눈길 보내며 어화둥둥 내사랑 하였는데, 마음은 이 도령 몸은 변 사또인지, 애꿎은 나무를 데려다 영양제는커녕 분갈이도 할 줄 몰라, 물 줄 요령도 없어, 춘향이 산발하듯 까칠까칠 말라가며 뚝뚝 떨어지는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들. 내 너를 이리도 사랑하는데 네 어찌 내 마음을 이리도 몰라주더란 말이냐.

돈
나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비싸다. 공중에 아슬아슬하게 올라 있는 1000000000을 웃도는 집들, 1000000 이상은 돼야 그래도 가방다운
가방이라고 하는 것들, 세상 모든 물건 가격에서 공(0) 하나씩을 빼고 나면 나에게 맞는다. 심지어 두 개를 빼줘야 할 때도 있다. 왜 저렇게 많은 공(0)들이 붙어 있을까 의아하다. 그러니 수입도 다른 이들에 비해 공(0) 하나씩 뺀 만큼만 되면 아주 대견스럽다. 그렇다고 별나게 불행하다고 느끼지도, 저리 많은 공(0)들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것이 가난인줄은 아이를 키우면서 알았다. 하물며 열 살 아이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놈의 공(0) 하나가 문제라니.

사진
그리 아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이번이 세 번째 전시라고 하는데, 그럼 그 앞에 무엇이 있었나?
S.N. 20030109 nothing happened there:‘소리’라는 이름의 문화전시공간을 사진으로 재현하여 그 자리에 걸고 그곳에서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인식과정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던 바 첫 번째.
S.N. 20031017 on & biim Fotografie:  사진에 대한 개인적인 코멘트와 사진하는 것을 인식의 아포리아를 다루는 철학하는 것에 근접하는 것으로 보았던 바 두 번째.
그 사이로 세상에 나와 보지도 못한 프로젝트들,  
S.N. 20030409 소리의 기억:  사진작업으로는 성에 안 차(?) 정직한 사진 이미지가 주는 추상적 깊이에 대한 이해를 통해 ‘straight photography’에서 나아가 ‘abstract straight photography’라는 개념을  문장으로 끌어내보고자 하였던 글의 모음.
S.N. 20070830 Die Verhaeltnis zwischen Fotografie und Wirklichkeit -abstrakte Charakter der fotografischen Bilder: 본격적으로 사진기 내던지고 모국어도 아니고 그것도 외국어로 승부(?)해 보겠노라 팔을 걷어붙였으나 시작이 반이라 고만 반으로 끝내고.

사진, 내 진정 그대를 사랑하노라!
늘 공(0) 하나의 문제로 제대로 된 프린트, 제대로 된 액자 한 번 입혀준 적 없으면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흔들어보고 매달아보고, 심지어 공(0)들에 연연할 필요 없는 글로 대신해 보겠다며 이오덕 선생님께서 보셨다면 그 불량한 해독 불가함에 기함하셨을 글도 써보고...

내가 너를 이리 사랑하는데 너도 내게 뭔가 보답해야 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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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극한 사랑에 한마디 대꾸도 없는 너를 어찌해야 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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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용서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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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용서는 너를 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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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의 짝사랑(*)은 끝이 나는 듯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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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옛사랑을 정리하듯 똑딱이 카메라 사진들을 들추니, 어찌할거나… 그 지질한 풍경들 사이에서 나를 향해 맨 낯으로 웃어주는 사진들(**). 사랑이라니, 지난 겨울 뚝뚝 떨어졌던 하얀 동백꽃들이 피어난 듯, ‘어디 사람이 밥만 먹고 살더냐’는 듯.

(*) 내가 다 비우고 도망(?)가서 그런대로 공(0) 하나에 체하지 않으며 살고 있는 독일에는 이 짝사랑에 대응하는‘Leidenschaft’라는 말이 있는데, 일정대상에 대한 ‘이성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강한 열망’,‘애증에 가까운 열정’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 살아가는 동안 무언가를 ‘짝사랑’하는 사람들, 아직 그‘짝사랑’의 대상을 찾지 못한 사람들, 결국 찾지 못하고 떠난 사람들, 모두를 위해, 그것이 화답하여 주어도 좋고 끝내 웃어주지 않더라도 후회 없는 사랑을 위하여 이 세 번째 이야기를 함께하고 싶다.    
        
-S.N. 20110512 사랑 돈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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