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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作, 갤러리 빔 전시A동 3전시실



‘붙이다’라는 단어는 일단 밥풀 한 톨 한 톨을 붙여서 몇 백 개의 밥풀(밥알)이 모여야만 비로소 자그마하나마 하나의 작업이 완성되는 본인작업의 반복적 특성을 규정하는 의미에서 선택하였다. 또한 더 나아가 ‘붙이다’는 서로 다른 사물을 연결한다는 물리적인 의미에서부터 출발하여 인간의 관계 형성을 도모하다는 심리적, 사회적 측면에서의 의미로까지 한국어에서 아주 다양한 의미로서 해석 및 쓰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밥풀을 물리적으로 서로 붙여서 관계 (소통) 을 붙여본다’는 이중적인 의미로 전시 제목으로 사용하였다. ‘말을 붙이다’에서와 같이 ‘붙이다’는 관계 형성의 첫 단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름을 붙이다’에서와 같이 사물과 관계를 규정하기도 하고, ‘정을 붙이다, 재미를 붙이다, 흥미를 붙이다’와 같이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심리적인 연결고리를 나타내기도 하며, 심지어 ‘싸움을 붙이다’에서와 같이 관계의 파국까지도 연결하는 의미로 활용된다.
따라서 한 단어에서 여러 쓰임과 의미 형성이 가능한 한국어의 다중적 다의적 특성을 이용한 이 ‘단어 붙이기’ 작업을 영어로 해석해 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영어는 한국어처럼 포괄적이지 않고 명료하며 한 단어에 명료한 지시적 의미가 부여되는 논리적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한계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붙이다’에 해당하는 영단어로는 ‘Attach’를 선택하기로 하였는데 특히 수동형으로 쓰일 때 ‘단체에 소속(참여)시킨다는 의미와 애착을 느낀다, 좋아한다’는 심리적인 의미를 함께 지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계를 실로 감고 묶어서 표현하는 전윤조 작가와 더불어 반복적인 작업의 특성이라고만 여겨지던 밥풀을 붙여서 작업하다에서 나온 단어 ‘붙이다’를 단초로 다양한 밥풀 작업을 전시한다. 기존의 밥(풀) 작업들이 그것을 담는 용기인 그릇으로 만들어지는 순환적인 의미와 밥상을 중심으로 한 소통구조 탐색 (밥상 위의 연금술 - 아슬아슬한 대화) 및 그 음식을 먹는 인간(아이) (밥풀 - I)를 형상화한 작업이었다면 이번엔 밥풀이라는 작업 소재를 이용하여 다양한 표현을 시도해보는 쪽에 중점을 두었다. ‘밥’이라는 소재가 가진 의미에 집중하다 보면 자칫 소재주의에 빠질 수 있는 만큼 밥의 끈끈한 찰기를 이용하여 ‘붙이는’ 방식을 쓰는 것을 전제로 하여 결과적으론 어떠한 작업에서는 ‘밥’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없을 지경으로까지 시도하여 ‘밥’이라는 소재가 가진 그 진지하고도 무거운 (물론 토속적/향토적이기도 하고 해학적이기도 하지만)의미를 넘어선 자유롭고 다양한 해석과 소통의 길을 열고자 한다. 따라서 밥에 여러 가지 색소를 첨가하여 알록달록한 신호등 작업이 나오기도 하고 돼지저금통과 부처두상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지닌 아이콘이 나오는 등 한편으론 고급스럽고 또 다른 한편으론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들을 붙여서 - 떠내기 (casting) 기법으로 완성한 작업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붙이다 & 묶다>전시는 최근 두 번의 개인전에서 주로 밥풀 중심으로 보여줬던 밥상 이미지에서 다음 개인전으로의 변화의 단초를 제공하고 징검다리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다양한 공간이 서로 접목되어 마치 아기자기한 이야기 거리를 내놓는 듯 한 갤러리 빔의 전시 공간적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여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걸어가며 또 다른 새롭고도 재밌는 이야기 보따리가 짠~!하고 등장하듯 다양한 밥풀 작업을 설치할 예정이다.

(황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