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biim

연일 그야말로 찬란한 가을날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조용히 탐독할 수 있는 독서의 즐거움보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아직
여름의 열기가 남아있는 뜨거운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삼청동에서
여유로운 감성을 만끽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갤러리 빔의 9월 두 번째 전시인 김소현 작가의
" Homescape , Cityscape" 를 소개해 드립니다.

찰리 채플린이 앉았을 법한 다리가 긴 의자...

옛날 장판이 깔려있는 마룻바닥에서 불쑥 솟은 것 같은 탁자와 암체어...

김소현 작가는 이번 전시의 모티브를 우리나라 옛 정서인 情을 토대로 한
가구들을 건축적 요소인 바닥재 (장판소재)에서 바로 튀어 올라온 듯한 오브제로
형상화 시켰습니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기름이 잘 먹은 노란 장판과 어렸을 적 동네 평상에서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벌레를 쫓으며 음식을 나눠 먹던 추억들이
김소현 작가의 작품을 통해 살아 납니다.

영국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뒤로 한 채 한국에서 갖는 첫 개인전인
" Homescape , Cityscape"展 은 앞으로의 김소현 작가의 끊임없는
발상의 전환으로 실용과 예술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나’ 로 인식한다...’ - 작가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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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SCAPE , CITYSCAPE 展 - 김소현 개인전

전시일시 : 2012년 9월 20일 ~10월 3일 (am 11:00~pm 19:00) -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 gallery biim (02-723-8574, www.biim.net) 서울시 종로구 화동 39

참여작가 : 김소현

전시내용 : Installation

전시문의 : 이주희 큐레이터 / 010-3522-2372 / 02-723-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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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나는 현재 내 시야에 펼쳐진 장면을 ‘나’로 인식해왔다.

'나'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눈앞에 펼쳐진 장면 속의 인물들과 오브제들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이었다. 이러한 이해는 이들과의 밀접한 관계형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도시'였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여러 도시들을 거쳐 런던에 거주하였으며,
현재 서울에 살고 있다.

내가 경험한 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직선성(linearity)이다.
자연 속에는 어느 것 하나 직선인 것이 없지만 사람의 손길이 미치는 곳은 모두
직선으로 변한다. 직선성을 갖게 됨과 동시에 오브제는 촉감을 상실하게 된다.
이런 직선의 특징은 쉽게 분할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각의 형태를 분할하면
다시 크기가 작은 사각형들로 나눠 지고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설계된 건물이 바로
우리의 삶의 터전인 사무실, 공장 그리고 아파트다.
이와 같이 재단된 도시의 출발점은 ‘눈금자’라고 생각했다.

‘눈금자’로 만들어진 도시의 형상은 다른 스케일의 반복되는 패턴으로 보여졌으며,
이러한 반복성을 재생산 가능한 도구로 재해석, cm, mm의 실제 치수가 표기된
원형눈금 자를 고안했으며 이를 계기로 손맛 나는 도시의 형상을 재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과정의 흔적이 엿보여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시간의 흐름과 함께 아주 조금씩 변화하는 것들을 제안해야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도시와 ‘나’ 사이에 놓여져 있는 오브제들이 구체화되고 완결된 것이 아닌,
사람들이 여백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마치 산에 흩어져 있는 돌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오브제를 통해 다양한 촉감을 전달하고자 하는
실험은 현재 오브제, 영상 등의 작업을 통해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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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scape]
1. 배경/ BACKGROUND

모든 것이 빨라지는 도시인들에게 과거는 시간의 연속성 위에 존재하기 보다
현재와 단절된 희미한 점으로 존재한다.

전세계 어디든 24시간 내에 도달 가능한 ‘지구촌’에 살고 있는 2010년대 한국인들은
거의 매일 세 가지 이상의 다른 문화권의 음식과 언어, 영상물을 경험하고 있으나,
1주일 해외출장을 위해서 라면과 김치준비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태리 가죽 소파, 천연대리석 바닥, 유명 건축가의 암체어, 모던 하이그로시
테이블로 채워진 현재 한국의 거실에서는 그러나 여러 손님을 접대할 때면
소파와 중앙에 있던 테이블을 어디론가 치우고, 광에서 소나무 교자상을 빼온 뒤
중앙에 내놓고, 그 위에 음식을 차리고 온기가 스며 나오는 바닥에 둘러 앉아
음식을 먹는다. 식사가 끝난 후 연장자는 암체어에 앉고, 그 다음 몇몇은
소파에 앉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바닥에 앉아서 수다를 이어 나간다.
때에 따라 밥상을, 또는 술상을 놓기도 하고 이불도 깔 수 있는 한국인의 거실공간.
열린 공간으로서의 탈바꿈은 이 시점에서 일어난다.

과거에 마을이라 불릴만한 곳에는 늘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가 있었는데,
그러한 곳에는 어김없이 거실의 바닥 공간을 연상 시키는 넉넉한 평상이 있어왔다.
별다른 꾸밈없는 담백한 구조물 그 자체였던 평상은 바로 그 형태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흐투루바투루’ 사용할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었다. 이런 ‘평상’의 공간은 도시 속에서는 ‘방’으로 탈바꿈한다.
욕망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방’에서 현대 도시민들은 모이고 흩어짐을 반복한다.

2. 청사진/ BLUEPRINT

대량생산의 산물인 실용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도시 안에 살아가고 있는
2010년대 현대인들은 세계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속도감 있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의 변치 않는 식습관을 비추어 볼 때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몸과 유전자는 아직 세계화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계절과 상황의 변화에 자연스럽게 대응하며 가구의 배치를 새롭게 하며
공간의 유동성을 유지했으나, 지금은 모든 것이 서구의 벽난로처럼 고정돼 가는
가구의 건축화가 진행되었다.
현대인은 변화에 맞추어 자신의 공간을 섬세히 재단하던
과거의 문화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인은 2010년대 한국의 거실문화를
관찰한 것을 토대로, 거실공간은 한옥의 마루나 마당이 그러했듯 열린 공간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새로운 거실공간은 사용자가 상황에 따라
정의되지 않은 오브제들을 적합하게 배치하고 용도를 부여하며 재조합하는
장소일 때 비로서 가능하다는 전제를 세웠으며, 이를 위한 실험으로
열린 공간으로서의 거실공간 속 오브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3. 프로그램/ PROGRAM

발제: 건축의 구성요소를 단순하고 정의되지 않은 독립된 오브제로
제시하였을 때의 공간구성은 어떠한 다양성을 가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