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biim

[이인선]

십장생도/ acrylic, felt and embroidery on canvas / 145.5 × 89.5× 5 cm / 2012

안녕하세요?

이번 해는 유난히 사계절의 구분이 분명한 느낌입니다.

봄은 오래도록 진정 봄다웠고, 봄꽃을 순서대로 피어나게 했으며
여름은 그야말로 찌는 듯한 더위로 우리를 찾아와 뜨거운 여름햇살로
대기를 달구었더랬 습니다.

그리고 이 가을은 늘 스쳐지나가는 듯 금새 사라져가던 예년과 달리
아주 분명하게 높고 푸른 하늘과 맑은 날씨로 인해 마치 산불이 난 것처럼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열정적인 석양. 그리고 머리 꼭대기부터 단풍 들어가는
전형적인 가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삼청동의 가을은... 여러분이 예상하시는 대로 정말 아름답습니다.

갤러리 빔은 10월 첫 번째 전시로 오버룩크라 불리는 기계수를 회화와 접목해
예술작업을 하는 이인선전을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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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展

전시일시 : 2012년 10월 5일 ~10월11일 (am 11:00~pm 19:00) -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 gallery biim (02-723-8574, www.biim.net) 서울시 종로구 화동 39

참여작가 : 이인선

전시내용 : 회화

전시문의 : 이주희 큐레이터 / 010-3522-2372 / 02-723-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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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작가의 작품들은 우리가 흔히 미군부대 근처의 점퍼나 야상, 모자 등에 새겨진
독수리, 호랑이, 용, 하트 등의 통속적인 소재를 펠트 천 위에 자수로 놓고 오린 후
캔버스에 붙여나가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작가는 인간의 욕망·권력·투쟁·경쟁 등을
긴장감있게 표현하고자 좌우대칭 구도를 선택하고, 이것을 통해 개인 간의 상황,
지배·피지배, 국가간 혹은 인종간의 힘의 대결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힘의 겨룸..!

서로를 아무 이기(利己)없이 내어주는 것처럼 보이는 사랑조차 사실은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작가는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인선작가의 작품은 작품을 구성하는 한올 한올의 실이 여러 번 오고 감을 반복해
이루어내는 선과 모양이 그대로 그가 작업하는 시간과 비례합니다.

맑고 청량한 가을, 고개들어 하늘을 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은 ..
그리고 멀리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산과 나무들을 보며 마음이 싸아 해 지는
이 가을에 삼청동으로 발길을 돌려 보시면 어떨까요?

이인선작가의 작품은 작품을 구성하는 한 올 한 올의 실이 여러 번 오고 감을 반복해
이루어내는 선과 모양이 그대로 그가 재봉틀 앞에 앉아서 작업하는 시간과 비례합니다.
수많은 시간 재봉틀 앞에서 한 땀 한 땀을 박아 만들어 낸 이인선작가의 작품을
와서 봐주시고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2012. 9월 갤러리 빔

[작가노트]

오바로크 자수 - 자수점퍼는 2차대전 이후 일본 요코하마의 미군부대 앞에서
점퍼에 자수를 넣어주는 기념품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군부대가 있는 지역마다 이러한 문화가 있어서
고국에 돌아갈 때 모자, 야상, 점퍼에 원하는 문양, 이름, Korea 등을
새겨 주었다.

그들 눈에는 신기했을 동양적인 소재가 자수품의 문양으로 제일 흔하지만,
사실 문양에 제한은 없다. 용맹성, 이국적, 소속감, 동질성의 공유, 기념이나
추억의 표식 혹은 아무 의미 없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된다.
이것은 또한 문신의 문양과도 그 동기와 소재의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키치Kitsch적 취향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자신의 용기와 사랑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점퍼나 문신의 문양들은
세속적이지만 유쾌하고 발랄하다.
용·호랑이·독수리·뱀·하트·해골 등의 통속적인 소재를 펠트천 위에 자수로 넣고
오린 후 캔버스에 붙여나가는 과정을 반복하여 작업하였다.

군대를 직접 다녀오지 않은 나에게는 어떤 용맹성을 겉으로 표시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용기있는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은 심리가 흥미로웠다. 힘을 가지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욕망인데, 어떤 부류는 숨기고 어떤 부류는 드러낸다.
그렇다면 숨기는 쪽이 얻게 되는 것과 드러내는 쪽이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또는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내 작업의 시작이다.

인간의 욕망·권력·투쟁·경쟁 등을 긴장감있게 표현하고자 좌우대칭 구도를
선택하였는데, 이것은 개인간의 상황일수도, 지배·피지배, 국가간 혹은 인종간,
남녀사이 힘의 대결이기도 하다. 이것을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사랑하는 관계조차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맹수들 사이에 피어나고 있는 꽃들은 얼핏 이들과는 상반되고 이질적인
모습이지만

그 속성-포장·암투·은밀한 세계-이 서로 연결되어있음에 대해 새로이
환기시키는 역할로 등장시켰다.